[서울대미술관] 자아(自我) 아래 기억, 자아(自我) 위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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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시대와 붙잡을 수 없는 것들의 회화

지난 전시 《예술사회학을 지나야 예술철학이 나온다》(2023.6.23.-9.10)는 예술사회학의 한 진술에서 시작되었다. “예술에 사회학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자체가 이미 전통적인 예술 개념에 즉각적인 위협이 된다.”(자네트 월프 Janet Wolff) 왜 위협인가? 예술이 “사회적인 것에 붙여진 신성의 이름표” 그리고 “그 속에 모든 방종이 깃들어 있는 사회적인 것들의 황홀한 혼합”이라는 실체가 폭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술관들이 신전(神殿)의 역할을 방불케 하는 것에 의해, 시장이 파티 시간을 알리는 폭죽을 쏘아 올릴 때 실제로 사람들은 크게 미혹된다. 시몬 베유(Simone Weil)가 지적했듯 “의식은 사회적인 것에 속는다.”

그렇기에 정화(淨化)를 위해서는 사회적인 것에 대해 깊이 반추해야 한다. 이번 《자아(自我) 아래 기억, 자아(自我) 위 꿈》전은 그 반추가 진행되는 의식 내부에 관한 일련의 보고서들이다. 의식(意識)은 자신이나 사물을 ‘깨어있는 인식’으로 마주하는 정신의 행위다. 이 깨어있는 인식에 기반할 때만 예술은 사회적인 것에 대한 제대로 된 정화의 선두로 나설 수 있다. 사회적인 것의 힘, 플라톤이 말한 ‘거대한 짐승’에 복종하는 이 시대의 예술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특성이다. 깨어있는 예술은 속이는 사회적인 것, 복종을 강요하는 사회적인 것에 본능적으로 저항한다. 그리고 “인간이 모든 것을 잃어버린 이 시대”의 요인들, 불확실하고, 모호하고,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측면을 지속적으로 감지해낸다.

보라. 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혼돈, 구성과 줄거리의 부재 속에서 시간과 비시간,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조밀하거나 성긴 이야기, 기억(경험)과 꿈 사이의 추상적이고 복잡 미묘한 왕래, 기억은 시간의 함축이고 꿈은 잡을 수 없는 것들의 비유다. 푸르스트적인 ‘의식의 흐름’ 이 과거에서 현재로, 기억에서 몽환으로 종종 표류를 감수하면서 이어진다. “확실히 존재하는 것 혹은 절대로 존재할 수 없는 것”, 즉 진리와 영원 어느 하나라도 -아니면 둘 다- 손에 쥐길 원하지만 그럴 수 없는 시대에 대한 감각적 고증의 방식이다. 적응할 수도, 혁명이라는 환상에 더는 매몰될 수도 없는 역사적 단계에 대한 것이기도 하고! (민중의 아편은 종교가 아니라 혁명입니다!)

표현과 도구: 원근법이 제거된 풍경들..., 형식주의는 더는 거론할 것조차 없다. 여기서 리얼리즘은 혁명이 아니라 혁명이라는 환상을 조소하는 용도고, 추상은 일상적 삶과 사소한 불행이나 행복을 위한 언어체계를 관용한다. 추상과 구상이라는 근대회화의 이항대립은 성립 불가능하다. 붓질은 미래를 향하도록 할 만큼은 아닌 상상력으로 운용된다. 초자연, 초현실에 이르지 않는, 다만 조야한 현실에 일정량의 타격은 분명히 가하는 비현실과 그것에 의해 지속적으로 손상되는 영원의 유사물로서 몽환 사이를 불안정하게 오가는 자아로 귀환하기!

심상용
서울대학교미술관 관장

전시부문: 회화 180여 점

참여작가: 권회찬, 김겨울, 김미래, 김민조, 김진희, 김혜리, 나드 채, 남진우, 노한솔, 류노아, 박서연, 손민석, 유예림, 이수진, 임현정, 전다화, 전현선, 최모민, 최지원


영상 서울특별시, (사)서울특별시미술관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