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미술관
WHANKI MUSEUM
미술관은 내용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집을 지었어도 미술관에 담겨진 내용이 빈약하여 관람자에게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할 때, 미술관은 아무 것도 아니다. 미술관을 돌아보고 나오는 사람들에게 크고 깊은 감동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예술 작품이 있어야 한다. 세계 방방곡곡의 미술관을 답사하고 온 사람의 말이 "세계에 미술관은 많으나 좋은 미술관은 극소수다"라고 한다. 그 말은 금세기에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난 미술관들이 내용을 만들어서 명실공히 아름다운 미술관이 되려면 앞으로도 요원한 시일이 요구될 것이라는 뜻을 내포한다. 아무리 아름답고 훌륭한 건물을 지어 놓았다고 해도 미술관을 돌아보고서 깊은 감동을 주는 예술이 없을 때, 그 미술관은 아무 것도 아니다. 환기미술관은 진통의 시기를 합치면 20년이 충분히 걸린 거다. 미술관의 문을 열면서 이제부터 익어가야 할 거라는 생각을 하며 다양한 프로제를 구상한다. 무엇을 어떻게 할건가는 역사와 병행할 것이며 민족과 인류의 운명에 따를 것이다. 또 오늘의 미술관은 살아서 움직여야 한다. 우리 모두가 요구하는 것이 충족되어야 한다. 시각적인 것, 음악적인 것 그리고 시가 읊어져야 한다. 최근에 읽은 어느 비평가의 말이 생각난다. 어느 작가의 작품을 가리켜, "푸르되 풍경이 아니고 파랗지만 하늘이 아니고 노랗지만 태양이 아닌 빛깔과 마티스의 종이오림이 아닌 포름을 토왈에 유채로 그린 새로운 그림이다"라고 했다. 나도 그런 새로운 미술관을 만들고 싶고,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