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멋진 선을 그어야 수십 년 경력의 대가인가? 삐뚤빼뚤한 글씨 “나는 그림을 정말 못 그리는 화가다”. 그의 어느 드로잉 속 글귀이다. 잘 그린 드로잉? 드로잉은 ‘어느 틀에도 종속되지 않기’인데, ‘규격을 두르고 잣대에 아첨하는 드로잉’이라니. ‘뜨거운 냉커피’같은 건가? 예쁘게 쌓는 솜씨보다 쌓은 걸 깰 깡에 반한다. 바삭하게 잘 구운 도자를 살피며 새벽녘 흐뭇했던 늙은 도공이, 죄다 도로 꺼내어 오밤중 망치질이다. 생각이 바뀐 모양. 늘 새롭게 생각하기. 틀 깨기. 타성 깨기. 작품을 망치 삼아. 그게 김을의 드로잉이다.
/ 김영기 수석 큐레이터 전시 서문 일부 발췌
2022 OCI미술관
《김을파손죄》
2022. 4. 7 - 6. 4
*본 사진과 영상은 (사)서울특별시미술관협의회에서 서울시 보조금을 지원받아 제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