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나미술관은 2006년부터 바닷물고기 세밀화 작업을 시작한 이후 15년 만에 이룬 성과를 담은 <조광현 세밀화전: 한국의 물고기>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조광현 작가는 점차 사라지고 있거나 사라질 위기에 놓여 직접 관찰하기 어려운 전국 각지의 다양한 물고기를 세밀화에 생생하게 구현했다. 정밀한 관찰과 정확한 표현, 아름다운 색감이 돋보이는 세밀화 130점을 소개하면서 물고기의 이름, 생태적·형태적 특징, 분포 등 핵심정보를 간결하게 수록해 관람객들로 하여금 한반도 인근 민물과 바다에 서식하는 어종 전반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작가는 세밀화 작업 과정에서 직접 사진 및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했고 2012년 제주 서귀포 문섬 일대에서 처음으로 수중 작업을 실험했다. 물속에서는 빛이 적어 물고기의 색이 분명히 파악되지 않고 지느러미가 접혀있어 부위별 색과 모양을 분명하게 인식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물고기는 물속과 밖에 있을 때 색이 다르고 물속에서 움직일 때와 달리 물 밖으로 나온 후엔 몸이 경직되는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작가는 제주도에서 최초로 수중 작업을 시도한 이후 독도, 팔라우, 인도네시아 발리, 서파푸아뉴기니 등 수중 탐사에서도 이젤과 캔버스, 붓과 물감, 영상 및 사진 촬영을 위한 카메라를 구비해 수중 작업을 진행했다. 해양생물학 석사학위도 취득하여 관련 전문지식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 바다 생태계에 대한 작가의 집요한 탐구적 태도를 기반으로 제작된 작품에서 나타나는 심미적인 특성은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동시에 해양 쓰레기,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출발점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