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은 2019년부터 한국 미술계에서 내재된 영향력을 가진 중견작가들의 예술 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중견작가전을 기획하고 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는《미끄러지듯이 되풀이하는 미래》는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가 예술가로서 작업을 반복하며 되풀이 한 시간이 자연스럽게 미끄러지듯이 미래를 만들어 지금의 중견 작가로 위치하게 만들었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번 전시는 '매체 연구'라는 주제로 동시대 미술에서 자신의 작업 세계를 굳건히 구축하면서 매체를 이해하고 확장시키고 있는 작가들의 작업 세계를 살펴본다. 중견작가가 매체를 연구한다는 것은 단순히 다양한 매체를 작업에 활용하거나 새로운 장르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 스스로가 겪는 일종의 복합적인 사회적, 정서적 변화를 감안해 자신의 작업 세계를 구축하는데 매체가 얼마나 잘 반영되고 있는가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참여작가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동시대적 태도를 추구하여 매체를 다루는 중견작가 중 중견의 의미가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될 수 있는 김정욱(회화), 민성홍(설치), 임상빈(혼합설치) 작가가 선정되어 회화, 입체, 영상 등 90점 내외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온 3인의 작가들이 동시대에서 무엇을 마주하고, 어떤 태도로 작업을 임하는지에 주목하여 예술가로서의 중견의 의미를 모색하며, 그들의 시간/작업 세계가 전시장이라는 하나의 공간에 조직되어 관객들에 의해 어떤 시공으로 확장해가는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Section 1: 김정욱 Kim Jung Wook
김정욱에게 회화, 면밀하게는 한국화를 다루는 작가로서 매체는 어떠한 의미로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 동시대에 있어 전통적 매체는 형식을 보존하는 것에서 나아가, 자신의 영속성을 생산하는 방식에 대해 멈추지 않는 탐구를 요구한다. 무수한 매체의 발전 속에서 그 자신의 고유한 형식을 계승하면서도, 현시대와 소통하며 지속적으로 함께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욱의 작업에서 한국화는 동시대를 투영하고 통찰하는 데서 나아가,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한 인간의 질문과 호기심을 촉발시켜왔다.
심소미 (독립큐레이터) 비평글 중
Section 2: 민성홍 Min Sung Hong
민성홍은 현 사회의 시스템들에 의해 의지와 상관없이 이주, 이동되고 남겨진 오브제들을 수집-변형-재조합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정체성, 이산과 집단, 그리고 그 경계의 모호성에 천착한다. 어쩌면 그가 하는 모든 행위는 인간과 자연을 수리하는 것에 다름 아닌지 모르겠다. 때로 그것은 과거로의 회기를 꿈꾸게 하고 또는 미래의 다른 차원으로 순간이동 시키기도 한다. 자연계에 대비해 비 영속적인 인간계는 영원을 꿈꾸며 끊임없는 보수를 진행해 갈 뿐인지 모른다. 그러나 이 수리의 과정에서 재확인되는 것은 결국 언제나 숭고한 자연과 시간 그리고 그 씨앗을 품고 키우는 인간이다.
정일주 (월간 「퍼블릭아트」 편집장) 비평글 중
Section 3: 임상빈 Im Sang Bin
임상빈의 작업들은 모두 교육 도구로 활용된 것들이다. 작게는 생각 도구이자 성찰 도구이면서 진단 도구로 만들어졌다. 작가에게 있어 작업을 한다는 것은 거울을 보는 행위와 같다. 작가의 이러한 사유는 언제부터인가 전시장이라는 플랫폼을 벗어나 교육 공간에서 교육 강사로서 삶을 살며 작가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작업을 한 것에 기인한다. 예술 교육가가 아니라 교육 예술을 하는 작가라고 작가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면서 작가의 작업관을 변화시켜왔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그동안 축적해 온 교육 도구들을 작업으로 소개하며 작업과 삶의 태도라는 측면에서 예술가로서의 중견의 의미를 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