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 오락프로그램인 KBS의 ‘전국노래자랑’을 무려 15년 이상 추적하며 촬영한 변순철 작가의 ‹전국노래자랑› 초상사진을 소개하며, 한국 대중의 역동적이고 생생한 모습과 작가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접하고자 한다. 또한 사진의 속성인 다큐멘터리와 초상사진, 그리고 아카이빙에 대한 변순철 작가의 입장을 소개하며, 그의 4번째 초상사진 시리즈인 이번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초상사진에 대한 수많은 편견을 넘어, 진정한 작가 정신을 발휘한 변순철의 예술적 휴머니즘이 드러나도록 기획한 전시이다.
변순철은 모델과 사진가, 그리고 잠재적 관객들 사이의 관계에 천착하며 다양한 실험을 모색하는 초상사진 작가이다. 이번 ‹바람아 불어라: 변순철 전국노래자랑›은 변순철의 네 번째 초상사진 시리즈로, KBS ‘전국노래자랑’의 출연자들을 15년 이상 현장에서 촬영한 ‹전국노래자랑› 시리즈를 총 결산한다.
작가는 이 무대에서 훈련되고 절제된 그야말로 근사한 공연이 아닌 과장된 제스처와 미숙함, 그를 동반한 우스꽝스러운 실수, 과도한 자기 과시, 그리고 싱싱한 동물적 욕구와 이에 따른 즉흥적 행위 등을 카메라로 잡아낸다. 변순철은 이러한 보통 사람들의 생경하고 낯선 모습을 통해 보편적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바로크적 공연과 함께 작가는 인간 내면의 깊숙한 곳에 접근하고자 새로운 예술 형식에 도전한다.
또한 변순철은 완벽한 이미지를 위한 각종 사진 촬영의 한계를 뛰어 넘어 그저 가벼운 기념사진을 촬영하듯 작업함으로써 모델들을 예술적 작업에 참여한다는 부담감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 즉 이번 작업의 주체는 작가가 아닌 모델임을 인정하고 그에게 주도권을 넘겨준다는 뜻이다. 이 과정을 통해 평범한 기념사진을 예술사진으로 전환시킴으로써, 작가와 모델 사이의 주체적 관계가 역전된다. 그러므로 그의 작업은 초상사진이 즉각적으로 대중의 소비 대상이 되어, 자신의 실제로부터 소외되는 광고사진과는 다르다. 오히려 정 반대로 이 모델들은 자신의 인격을 발견하고 스스로를 과시하는 주체가 된다. 변순철은 자신의 모델이 이러한 자기 발견과 완성을 위해 전진할 수 있도록 제안하고 기록함으로써 스스로의 예술적 실천을 성취한다. 이것이 변순철의 예술적 휴머니즘이라 할 것이다. 결국 변순철의 ‘전국노래자랑’ 작업은 사진에 동반되는 하위 장르나 키치적이라는 피상적 편견에 대한 의도적인 도전임을 알 수 있다. 그 도전 정신이야 말로 사진을 예술로 승화하려는 예술가의 진정한 작가 정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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