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원미술관은 예술의 확장 가능성을 지향하고, 자신만의 독자적 작업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작가를 선정하여 매년 작품 활동과 전시를 지원해왔다. 작가 선정의 주안점은 성실성과 실험성, 참신함을 갖춘 작업에 비중을 두었고, 확고한 신념으로 창작활동에 일관하는 작가를 선정하였다. 조인호는 자연 속에서의 자유로운 삶에 대한 태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비현실적인 상상 속 풍경이 아닌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한국의 진경을 묘사한 그의 산수는 우리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오며 심미적 감흥을 전달한다. 그는 각박한 현대 사회의 질서 속에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모색하고자 한국의 명소를 누비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옮겼다. 한눈에 포착된 카메라 속 경치가 아니라 작가 개인의 실제적 체험을 따라 이동하는 산수풍경으로서, 보는 이로 하여금 작가가 이동하는 시공간의 발자취를 답습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의 여정이다. 작가는 발길과 시선이 닿는 고군산군도의 풍광을 여백의 표현과 세밀한 묵선으로 담담히 그려내어, 마치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들은 고군산군도의 풍경들로 그의 발자취를 되짚으며 시선, 감정, 깨달음 등을 복합적으로 내포하여 전시주제를 함축적으로 전달하고자 한다.
조인호는 자연경관, 소리, 공기 등 자연이 지닌 다양한 감각적 경험 요소들을 바탕으로 ‘나’라는 존재적 가치를 성찰한다. 그의 작업은 주로 실제의 풍경이지만 나 자신과 자연의 유기적 관계성에 대해 깊숙이 파고들며,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고 진정한 ‘나’를 찾는 수행의 과정을 담는다. 내가 왜 이곳을 선택했는지, 선택한 곳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선택한 곳에서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 그리고 전시에서 무엇을 보여줄지 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왜’라는 질문을 통해 나 자신과 소통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유(遊)’를 바탕으로 우리의 삶을 반추하고, 동시대 예술로서 현대 수묵산수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지에 대해 화두를 던지며 깊은 공감대를 얻고자 한다. 자연을 통해 치유받고 자유로움을 만끽했던 우리 선조들처럼 쉬어가고 즐길 수 있는 전시가 되길 기대한다.